이화여대가 다소 파격적인 입시안을 내놨다. 현재 고교 2학년생이 대학에 진학하는 2018학년도 입시부터 정시모집 입학생을 문·이과 구분 없이 자유전공으로 선발하기로 했다. 정시 합격생을 계열·학부·학과로 나누지 않고 자유전공으로만 뽑는 것은 국내 대학 중 이화여대가 처음이다.

◇사실상 정시 합격생 전원 자유전공 

11일 이화여대에 따르면, 2018학년도 정시모집 합격생 408명이 자유전공으로 입학하게 된다. 이는 2018학년도 모집정원(3009명)의 13.5%에 달하는 수치다. 이화여대 입학처 관계자는 “정부가 입학 정원을 관리하는 의과대학과 사범대학, 예체능 전공을 제외하면 사실상 정시 입학생 전원이 자유전공이 되는 셈”이라고 했다. 

따라서 2018학년도 정시 입학생에게는 1년간의 전공 탐색기간을 준다. 2학년으로 진학할 때에는 41개 전공 가운데 자신이 희망하는 전공을 선택하면 된다.

파격적인 입시안을 내놓을 수 있었던 가장 큰 동력은 스크랜튼학부(자유전공학부)의 안착이다. 이화여대 입학처 관계자는 “지난 10년간 스크랜튼학부를 운영하면서, 자유전공의 장점을 많이 발견했고 그 결과도 성공적이라고 판단했다”며 “이러한 기회를 더 많은 학생이 얻을 수 있도록 대상을 확대하기 위해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했다. 

사회 변화도 한몫했다. 이화여대 입학처 관계자는 “학문 융·복합에 대한 사회적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서, 정시 입학 신입생에게 충분한 전공 탐색 기간을 제공하고 교차계열 전공 선택기회도 제공하기 위한 목적도 있다”고 했다.

◇대학가에선 상반된 평가 내놔… 입시업계는 “합격선·경쟁률 상승할 것”

대학가에선 이화여대가 내놓은 새 입시안에 대해 상반된 평가를 내놓고 있다. 서울의 한 사립대 관계자는 “정시 지원 학생의 경우엔 전공·적성을 명확하게 설정하지 않고 대학에 진학하는 경우가 많은데, 자신이 적성을 찾기 위한 기회를 대학까지 확장한다는 점에선 아주 좋은 시도로 보인다”고 했다. 

서울의 다른 사립대 관계자는 “41개 전공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곤 하지만, 대부분의 학생이 고교 때 선택했던 계열의 인기학과나 취업률이 높은 학과로 진학할 것”이라며 “대학은 학문의 다양화를 추구해야 하는 데, ‘인기학과 쏠림 현상’이 뻔히 예상되는데도 이러한 선택을 한 건 다소 아쉽다”고 했다.

입시 전문가들은 이화여대의 새 입시안이 합격선·경쟁률 상승을 이끌 것으로 내다봤다. 정용관 스카이에듀 총원장은 “전공을 원하는 대로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은 아주 큰 장점이다. 따라서 커트라인과 경쟁률이 오를 수밖에 없다. 합격선은 현재 이화여대 경제학과 수준까지 오를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합격만 하면 소위 말하는 인기학과도 선택할 수 있기 때문에 경쟁률이 오를 것이고, 그에 따른 합격선 상승이 예상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