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습법/진로 어느 고대 합격생의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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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날아라병아리 댓글 3건 조회 970회 작성일 17-05-31 12:34본문
애들 공부 뒷바라지하면서 우리 입장에서 제일 힘들 때가 언제인가요? 밤늦게 자고 새벽일찍 일어나기? 매일매일의 라이드? 감정의 쓰레기통 되어주기? 대치동 훑어 학원 찾아내기? 물론 이것들 모두 힘든 일이긴 하지만, 이러한 우리의 모든 노력을 아이가 잘 안 받아들여줄 때 아닌가요?
오늘 첫번째 타자로 등장한 이 대학생은 참 예쁜 청년입니다. 엄마의 수고를 온전히 받아먹을 줄 아는 아이, 그 수고의 가치를 아는 아이거든요. 고등이라 해도 전혀 어색치 않을 앳된 얼굴의 이 아이, 아니 청년은 인터뷰를 마치고 군인아저씨가 되었습니다. 반듯한 동시에 흥이 넘치는 청년이니 아마 2년간의 군생활도 지금까지처럼 잘할거라 기대해봅니다.
자 그럼, 이제 그의 사생활 속으로 들어가볼까요?
(들어가기 전 사족: 우리가 이 곳에서 필명을 쓰는 것처럼 인터뷰에서도 인터뷰이 실명제는 하지 않았습니다. 글을 읽다 보면 이미 나와있는 정보만으로 누구인지 충분히 알 수 있기도 하구요, 가리키는 손가락보다는 대상인 하늘을 보자는 의도이기도 합니다. 같은 의도로 출신고교도 고교분류로 나타내었습니다. 모든 정보 공개는 인터뷰이 동의를 받았음을 밝힙니다.)
-본인은 어느 고등학교를 언제 졸업했나요? 어떤 전형을 통해 어느 대학, 학과를 언제 들어갔나요?
“고등학교는 서울소재 자사고를 2014년까지 다니고 2015년 2월에 졸업, 수시논술전형으로 고려대학교 생명공학부에 15학번 신입생으로 입학하였습니다. 2학년을 마치고 지금은 군대를 가기 위해 휴학 중입니다.”
-고등 시절을 돌이켜봤을 때 가장 기억나는 것은 무엇인가요? 그 이유는?
“가장 기억나는 것이라면… 고등학교 3학년 시절? 한두가지가 아니죠… 어머니께서 타주신 커피를 보온병에 담아서 아침 일찍 학교 가서 국어문제를 풀었던 그 새벽이 참 기억에 남더라고요 ㅎㅎ. 그게 사실 즐거워서도 아니고 기억을 하고 싶어서 기억을 하는 건 아니에요. 고등학교 3학년 시절, 대학입시를 온몸으로 받아들이는 시기이니만큼 살아오면서 이만큼 중요했던 시기도 이제껏 없었고, 그만큼 열심히 하루하루를 살았던 적도 없어서…? 지나고 나서도 계속 기억하게 되고 되새기게 되는 시간이었어요. 열심히 공부했고 그만큼 주위에서 나오는 반응들도 너무 좋았어요. 12년을 공부하면서 처음으로 남들에게 인정받는 순간도 고등학교 3학년때 있었고요! 인생 처음으로 전교1등을 고3 9월 모의고사에서 이뤄냈으니까요!! 물론 수능을 그렇게 봤어야 하는게 아쉽지만! 그렇게 노력의 결실을 한번 맺어보니까 공부할 맛이 더 나더라고요 ㅎㅎ
이외에도 고등학교 1,2학년때 공부 어떻게든 안하려고 놀았던 일들! 학원을 째고 그 건물 지하에 있는 PC방을 갔던 적, 뺏긴 핸드폰이 너무 그리워 안방 어딘가에 숨어있는 스마트폰 찾기, 중학교 여학생에게 고백을 받아 짧지만 행복했던 학창시절 연애!! 등등도 어렴풋이 기억나네요.”
-고등의 추억 중 가장 힘들었던 것은? 그 이유는?
“가장 힘들었던 것은… 인간관계? 사실 인간관계는 대학교 와서 더 고생했죠… 2년을 대학생활을 보냈지만 여전히 인간관계는 어렵고 힘든 것 같아요. 가끔은 이게 한국교육의 허점이자 문제점이 아닐까 진지하게 혼자 생각해본 적도 있었네요. ㅎㅎ 원래는 외향적인 성격이었는데 중학교때 친구들 때문에 상처를 받은 일이 있었어요. 그 이후 내향적인 성격이 되었고, 고등때는 공부에 집중하다보니 친구랑 뭔가를 해볼 시간도 없고… 친구를 사귀는게 정말 어려웠어요. 보통 남자들은 축구를 하면서 친해지는데 제가 또 운동을 좋아하는 성격이 아니라서 체육시간마다 고통스러웠어요… 재미를 느낄 수 있는게 배드민턴밖에 없어서…(배드민턴은 솔직히 학교 순위권이었을걸요!!) 공감대 형성도 힘들고 중학교를 그 주변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다 처음보는 친구들이라 반 친구들이 아니면 굉장히 어색하더라고요…”
-고등의 추억 중 그래도 그나마 가장 좋았던 것은? 그 이유는?
“글쎄요! 2번 질문이랑 답이 비슷해지네요…! 그나마 가장 좋았던 걸 뽑자면… 역시 모의고사 대박쳤을 때였던 것 같네요! 사실 고1,2때는 내신이 아주 좋지는 않았어요. 서울대 수시는 아예 쓸 생각도 못했죠. 그런데 고3 수능 스타일이 되면서 성적이 상승곡선을 그렸어요. 모의고사에서 탑도 찍어봤구요. 그 이후로 학교 선생님들이 제 이름도 외우고 절 알아보시고… 수업시간에 자주 챙겨주시고 그러더라고요 ㅎㅎ 약간 부담스럽기도 하고… 친구들도 막 저보고 godXX(주: 본인이름)라고… 그 별명 너무 좋았어요 ㅋㅋ 물론 우리 학교에선 공부 잘하는 친구 부러움과 존경 + 놀림거리로 만들기로 이름에 god이라는 단어를 붙이곤 하는데 전 그렇게 불리는 것도 부러워했거든요 ㅎㅎ”
-고등동안 우리 엄마는 나에게 어떻게 해주셨나요? 그것들 중 특별히 좋았던 것과 이건 진짜 싫었어 하는 점은?
“특별히 좋았던 것! 그때도 그랬고 지금 생각해도 고3겨울방학때 수많은 학원들을 알아보시더니 저에게 딱 맞는 선생님들과 시간표를 작성해주신 그 순간이 가장 기억에 남고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건 정말 자랑하고 싶어요! 매번 이촌동에서 대치동까지 아침에 학원가는 시간만큼이라도 더 자라고 차로 직접 데려다 주시고, 학원 앞에서 깨워주시던 아침들이 항상 기억나네요 ㅎㅎ 제가 사실 표현을 잘 못해서… 막 감사하다고 직접 말은 하지 않지만 밥 제대로 먹고 수업 놓치지 않고 잘 듣기 위해서 노력하는 것으로 표현했습니다! 싫은점?은 없었어요! 전 거의 1년(겨울방학부터) 동안의 고3생활동안 단 한번도 어머니와 싸워본 적이 없습니다!
고등학교 1,2학년때는 제가 아직 철이 들기 전이라… 매번 스마트폰 숨겨주시고… 학원은 잘 다니는지, 공부는 잘하는지, 물어보시곤 하셨죠.. 좋은 환경을 만들어줘도 제가 열심히 안할 때 자주 혼내시고(이때는 아빠도 굉장히 무섭게 가담하십니다. 진짜 무서워요) 제가 막 같이 대등하게 싸울 생각은 애초에 하지를 않아서 일방적으로 혼나고 효과는 한 3일? 이지만 그렇게 철이 들랑말랑하면서 고1,2는 보냈던 것 같아요! 싫은 기억은 없습니다! 제가 막나가고 혼난건데요 뭘… ㅎ”
-고등동안 우리 엄마는 나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었을까요?
“고1,2때는 공부 안하는 나쁜놈… 이라고 분명히 생각하셨을 거에요 ㅎㅎㅎ 진짜 공부 절대 안했습니다…. 항상 좋아하는 공부 (수학, 과학) 만 하고 나머지는 잘 안되더라고요… 그냥 적당히 전체 순위에서 30% 정도에만 들 정도로 성적나오게 하고 그 이상은 잘 안했습니다…
고3때는 제가 생각해도 참 말 잘 듣고 이쁜 아들이었습니다! 다른게 아니라 고3생활동안에도, 끝나고 나서 대학생이 되어서도 ‘넌 참 그때 말 잘들었다’ 라고 ‘왜 지금은 또 이러냐고’ ㅎㅎㅎ 하시면서 고3 김XX를 참 많이 칭찬하셨습니다 ㅎㅎ 잠시 각성했다고 봐도 될 것 같아요.”
-이제야 엄마에게 말할 수 있는 과거의 비밀이 있을까요? 아주 소소한 것부터 국가기밀에 해당할 것까지.
“과거의 비밀! 사실 독서실 서랍 왼쪽 끝에 친구한테 빌린 공기계가 있었어! 슈퍼스타K는 항상 챙겨봤었지! 하지만 고3되어서는 자진 반납했어!
국가기밀 사항! 무덤 끝까지 묻어갈 이야기지만 군대가기 전이니까 왠지 괜찮을 것 같은 이야기! 나 고1 마지막에 같은 반 친구랑 싸웠어.. 그 이후로 화해도 못하고 절교하고… 엄마가 걔랑 나랑 같이 라이드해줄 때 그때도 사실은 절교한 후라 말도 안하던 때야. 그래서 고2때 고1친구들 잘 만나지 못해서 정말 힘들었어! 근데 지금 우리 학교 공대로 재수하고 입학해서 다니더라… 가끔 우연히 보는데 아직도 화해못한게 참 아쉽다… ㅎ”
-입시를 위해 내가 12년의 계단을 밟아오는 동안 우리 엄마는, 우리 아빠는 나에게 어떤 존재였나요? 자세하게 이야기해주세요.
“앞에서 계속 말씀드렸던 각성된 XX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주신 분들인 것 같아요! 공부할 마음이 없는 철없는 아들이 언제쯤 공부할까 걱정하시면서 이런저런 환경을 만들어주시면서, 이 학원 저 학원 알아보시고… 기껏 알아보셨는데 아들이 공부를 안하면 혼내시고… 초등학교 중학교 때는 아예 직접 가르쳐주시기도 하셨고…! 컬링에서 공이 앞으로 제대로 갈 수 있게 옆에서 열심히 쓱싹쓱싹 길을 열어주신 역할을 하셨다! 그게 맞는 표현일 것 같아요! 성인이 되어서, 비록 아직도 도움을 받고 있는 아들이지만 지금 생각하면 참 보살핌을 잘 받은 것 같아요! 혼난 기억들이 많이 기억에 남지만! 그만큼 여행도 자주 보내주시고, 맛있는 것도 많이 해주시고! 그런 분들이셨습니다!”
-대학과 학과선택을 하게 된 계기와 과정을 들려주세요.
“생물2 과목을 고2 여름방학 때 처음 접하게 되었는데요, 그때 인강을 스카이에듀 최정윤 선생님을 통해 처음으로 접하게 되었습니다. 인강을 들으면서 선생님께서 중간중간 자주 해주셨던 잡담들, 그런 이야기들을 들으면서 생물과목에 관심이 생기게 됐습니다. 역시 고등학교 공부보단 선생님들이 해주신 잡담들이 훨씬 인생에 도움이 된다..랄까요? 물론 그때 상상과 지금은 좀 다르지만… 그렇게 생물에 관심을 갖게 되고, 저는 ‘지금 배우는 건 공부도 아니고, 대학을 가기 위해서 볼 시험을 준비할 뿐, 이 시험을 통과하고 대학교에 가면 내가 정말 배우고 싶은 것들을 공부할 수 있지 않을까?’ 하면서 정말 학구적인 목적으로 생명과학과 관련된 전공을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고려대학교에는 생명과학과와 생명공학부가 있었는데 생명공학부가 더 공학적인 쪽으로 실험이 많다고 학교 설명에 있더라고요. 전 DNA공학, 유전자 관련 질병에 관심이 있어서 생명공학부에 지원했습니다! 그런데 그런 공부는 대학교에서 2년을 공부해도 기초가 더 필요한 내용이더군요! ㅎㅎ”
-대합합격소식을 처음 들었던 그 순간! 어떻게 합격을 확인했나요? 기분은? 그 날 한 것은?
“집에서 친구랑 스타크래프트 게임을 하고 있었습니다! 열심히 전투를 벌이다가 그 다음판을 준비하고 있을 때 합격결과가 떴다고 어머니께서 말씀하셨습니다. 어머니께서 직접은 수험번호를 못치시겠다고.. 확인버튼은 직접 누르라고 저한테 말씀하셨습니다. 최대한 긴장 안하려고 게임한건데 막상 노트북 화면을 보니까 떨리더라고요… 그렇게 확인버튼을 딱! 합격 글씨를 확인하고는 안도의 한숨과 함께 내가 논술을 잘썼군!! 엄마랑 아빠랑 같이 어깨 동무하면서 소리를 질렀죠! 그리고 게임채팅에 합격소식을 전해주는 센스…. 사실 그러고 게임 계속했어요… 친구들에게 더 자랑해봤자 그 년도 입시성적이 전체적으로 저조해서요… ㅎ 별의미가 없어서 집에서 계속 게임했습니당 ㅎㅎ”
-합격확인부터 대학입학식 전까지 나는 무엇을 했나요?
“12월은 거의 고3 같은 반 친구랑 계속 놀았고, 가장 친했던 친구들이 다 재수를 결심하는 바람에 조금만 놀다가 다 재수학원으로 가버렸습니다 ㅠㅠ 그래서 2월쯤에 일본으로 가족여행을 가기 전까지 고려대학교에서 1월에 진행한 영어캠프 같은 것을 신청해서 다녔습니다 ㅎㅎ 비록 영어실력향상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지만 다른 고려대학교 학생들보다 먼저 고려대학교를 다니면서 원어민 교수님들도 만나고 이제 겨우 대학생의 맛을 느껴보는 다른 친구들, 형누나들과 함께 재밌는 시간을 보냈습니다 ㅎㅎ 그리곤 가족 여행과 학교 행사, 신입생 OT를 바쁘게 보내다보니 어느새 3월이더군요!”
-입시 ~ 합격이후, 입학전 ~ 입학후 지금까지 나는 어떻게 달라졌을까요?
“이 질문이 이렇게 생각을 오래하게 만들 줄은 몰랐네요… ㅎㅎ 거의 2년에 가까운 세월을 혼자서 회상하느라 시간가는 줄 몰랐어요! 입시 생활까지 포함해서 3년을 돌이켜보면 전 정말 많이 달라진 것 같아요. 입시생시절에는 아무래도 공부밖에 모르던, 슬프게도 대학생활을 꿈꾸기 보다는 남들보다 어떻게든 시험을 잘 보려는, 그래서 인정을 받고 싶어했던, 매일매일을 모의고사 점수 걱정과 시험문제를 푸는 전략을 고민했던, 나밖에 모르던 사람이었다면, 합격이후 입학전까지는 처음으로 맛보는 자유에 어쩔 줄 모르는? 다가올 엄청난 대학생활을 모른 채 설렘과 두려움에 가득찬 사람! 입학 후에는 전혀 고민해본 적 없는 다양한 문제들과 어려움에 괴로워하면서, 또 친한 친구들이 다 재수를 하다보니 외롭게 혼자 고민하면서!! 천천히 성인이 되어가는 단계를 밟아왔습니다. 아직도 뭐가 맞는지 뭐가 틀린지 잘 모르지만 확실히 예전보다는 성장한 것 같아요. 여전히 인간관계의 정답은 모르지만 이제 어떻게 해야 내가 나답게 살 수 있는지 알 것 같고 어떻게 해야 내가 다른 사람들에게 매력을 어필할 수 있을지 알아가는 중인 것 같습니다!”
-입시 ~ 합격이후 입학전 ~ 입학후 지금까지 우리 엄마는 어떻게 달라졌을까요?
“우리 어머니께선 여전히 저의 동생 때문에 고생하십니다! 이제 겨우 고등학교 1학년이 된 동생때문에 요즘 다시 괴로워하시죠… 그래도 저와 함께 입시준비를 이미 해보신 분이라서… 분명히 3년전보다는 달라지신 것 같아요. 훨씬 더 차분해지신 것 같은? 합격이후 지금까지 다른 학부모님들의 고민상담 때문에 전화도 엄청 자주 받으시고, 제가 또 효자처럼 한번에 대학에 턱 붙어버리니 비록 더 높은 대학은 가지 못했지만 항상 자랑스러워 하시고 입시생때 보다는 행복해하시는 것 같아서 좋습니다! 이제는 입시걱정보다는 더 큰 미래를 함께 고민해주시는! 저와 함께 저희 어머니께서도 같이 성장하신 것 같아요! ㅎㅎ 동생 입시정도야 마치 오랜만에 클리어한 게임을 다시 시작하는 느낌으로…?”
-학교를 가보니, 기대했던 대로인가요? 기대와 실제를 다 얘기해주세요.
“정말 솔직 담백하게 한마디 하자면 정말 기대했던 대로인 게 하나도 없었네요.. ㅎㅎ 대학의 로망이 한순간에 무너져버렸습니다… 공부는 진짜 고3때 했던거의 1/10 만큼 공부했습니다… 그래도 점수가 대충 나오고 저보다 훨씬 공부안하는 친구들이 많던데요! ㅋㅋㅋ 근데 제가 꿈꿨던 대학공부는 없었습니다… 고등학교때도 어려운걸 배우기 위해 필요한 기초를 다지는 과정인 줄 알았는데, 대학교 1학년이어도 배워야 하는 ‘기본’이 참 많더군요… 그외에도 귀찮게 써야하는 레포트는 매주 4개씩… 교양으로 필수로 들어야 하는 영어 수업과 사고와 표현 (논술쪽 분야라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고3 국어의 확장판?) 전공 말고도 공부할 건 여전히 많더라고요…
친구들 사귀는 건 고등학교 때와는 차원이 다를 정도로 어려웠습니다. 게다가 이젠 남고도 아니고! 남녀 공학인데! 여자랑 말하는 거 익숙해지는 데에도 꽤 고생했습니다… 이젠 그냥 편하게 ‘오늘 저녁 같이 먹을까’ 로 끼니가 해결될 수 없는… 미리 약속도 잡고 연락도 꾸준히 성실히 해야 인간관계가 유지된다는 것… 그런 점 하나하나가 대학교생활의 로망이 산산조각 나게 만드는 요인들이었습니다.. ㅜㅜ”
-대학교 입학 후 가장 좋았던 것과 가장 힘들었던 것은? 그리고 그 이유는?
“대학 입학 후 제가 선택한 것 중에 가장 잘했다고 생각하는, 그러면서 가장 저의 대학생활 2년을 고생하게 만든 것은 중앙동아리 가입이었습니다! 저는 대학교에 입학하자마자 그 혼란 속에서 고려대학교 유일무이 중앙 스트릿댄스 동아리(KUDT)에 가입했습니다! 중학교 시절에 잠시 꿈꾸었던 춤! 고등학교 시절동안 숨겨놓았던 바람을 대학교와서 이루어내야 하지 않겠어! 라면서 가입했죠. 과도 전혀 다른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보다 더 공감대가 잘 맞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를 가지게 되었고 무엇보다 사람들을 만나는 경험을 더 많이 하면서 속성강의를 들었다고 할까요? 거의 100명이 넘는 동아리 신입생들과 춤을 추면서, 뒤풀이를 하면서 사람을 만나는 법을 배웠습니다! 물론 댄스라는 것이 무엇인지도 배웠죠! 공연 동아리다보니 정말 시간이 많이 뺏겼습니다. 덕분에 공부할 시간이 없죠! 공부를 하고 싶지도 않았고요! (그렇게 죽을 듯이 덤비면서 고3생활을 보냈는데!) 1년은 신입생, 그 다음 1년은 새로 동아리에 들어오는 신입생들을 가르치면서 2년을 동아리에 받치면서 대학교생활을 보냈습니다. 당연히 1학년 학점은 신경을 잘 못 썼습니다… ㅎㅎ 학점이 3.61..? 물론 이게 공부를 안해서 나오는 평점이냐고 하시는 분들도 있지만… 그래도 화학이랑 생물공부는 나름…? 했어요!
그래도 2학년때는 이건 아니다 싶어서 녹음기까지 틀어가면서 수업을 들었더니 학점이 4.2가 넘더군요! 동아리를 하면서 대학공부도 병행하는 게 정말 힘들었지만, 그만큼 배우는 것도 많았고, 어쩌다보니 고3때 잠시 빛났던, 각성했던 XX를 잠시 다시 깨울 수 있었던 것 같아서 좋았습니다 ㅎㅎ”
-댄스동아리! 예측가능한 노선에 있었던 지금까지의 삶에 대한 일종의 일탈이었나요?
“고등학교때 들었던 동아리는 토론과 수학동아리였는데, 오직 수시만을 위한 거였어요. 그래서 대학에서는 공부와는 상관없이 순수하게 내가 하고싶은 동아리를 들고 싶었습니다. 원래부터 춤추는 게 좋았어요. 비록 중학교때 상처가 있어서 강제로 내향적이 되긴 했지만, 원래 나서는 걸 좋아했던 게 남아있었고, 사람들 앞에서 춤추는 게 좋고, 이왕이면 제대로 배워하면 좋을 것 같아서 가입했습니다 ㅎㅎ”
-2학년때 학점 4.2! 고등때의 ‘열심의 세포’가 깨어나던가요?
“저희 학부 동기가 120명입니다! 같이 다니는 친구들을 보면 생각보다 열심히 하는 친구들이 많아요. 특히 시험기간이 되면 놀랄 정도로 열심히 해요. 학점도 잘 챙기구요. 이런 모습을 보면 자극 많이 받아요. 그런데 정작 공부는 별로… 편입이나 타과 전과를 목표로 수능준비보다 더 힘들게 공부하는 친구들이 많은데, 얘네들은 동아리 같은 거 다 포기하고 오직 공부에만 집중해요. 나는 동아리도 들고 학교도 대충 다니는데… 그래도 내가 고등때는 어떤 사람이었는데!…ㅜㅜ 자괴감이 드니까 집중도 안되고 그렇다고 여기와서도 이렇게 공부해야 하나 방황도 했었죠. 그러다가 고3XX가 소환됐어요. 나는 동아리도 열심히 하고! 공부도 열심히 할 수 있는 사람이다! ㅎㅎ”
-아직 취업은 멀었지만, 취업에 대한 걱정이 있나요? 왜요?
“취업… 아직 고민해본 적이 없습니다. 무모함의 끝을 달리는 중이죠… 저 솔직하게 정말로 1도 취업걱정을 해본적이 없습니다. 당연히 저희 과가 취업걱정이 없는 과가 아닙니다. 전망이 그렇게 밝다고 할 수 없는 이공계 학과 중에 하나죠… 매년 대학편입 시험(PEET)을 준비하는 학우가 전체 과에서 20,30%가 넘습니다. 정확하게 추려낸 수치가 아니다 보니 이것보다 더 높을 수 도 있습니다. 근데 중앙동아리도 하면서 수많은 사람들 앞에서 떨지도 않고 춤을 추면서 몸에 베인 걸까요, 베짱이 두둑 한 걸까요, 아는게 없어서 그럴까요. 그냥 앞날 걱정하지 말고 내가 원하는 것 해보고 싶어요. 남들이 다 전망이 밝다는 약사 되면 정말 행복할까요? 그렇게 수능 힘들게 보면서 대학교 들어와서 왜 꼭 힘들게 더 어려운 시험을 준비하면서 그 직종을 얻어야 하는지 모르겠어요. 정말로 약 지으면서 행복할까요. 전 남들이 가려는 길 ‘따라서’ 갈 생각없고, 남들이 걱정하는 것 걱정하지 말고 살고 싶어요! 그게 고3생활 고생하면서, 대학교 1,2학년을 동아리와 함께 병행하면서 생각한 것들이에요! 군대다녀와서, 대학교 공부 나머지 2년 더 공부하면서 더 진지하게 미래를 고민해보려고요! 지금은 아무 생각 없습니다…! 군대부터 다녀와야죠!”
-원래의 꿈이 뭐였어요? 대학오고 난 이후 그 꿈은 변함이 없나요? 달라졌나요? 이유는?
“고3때 전공을 고르면서 꿈꾼 직종은 교과서에서 보던 그런 과학자들이 되는 거였습니다. 지금도 변함없어요! 버는 돈의 액수를 걱정하면서 다른 길로 빠질 마음 전혀 없고, 제가 공부하는 과목 군대 다녀와서는 더 진심을 다해 공부해서 대학원을 가고, 교수가 되고, 학자가 되고 싶어요! 남들이 모르는 영역을 발견하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ㅎㅎ 어쩌면 세상 물정 모르는 한 학생이 그냥 하는 소리일 것 같지만 전 지금 그렇게 미래를 꿈꾸고 있습니다!”
-요즘의 가장 큰 고민은 뭔가요?
“요즘 고민은… 역시 군대 고민이겠죠…? 가서 고생할 일들도 걱정이지만 다녀와서 정말 얼마 만큼의 지식이 머릿속에 남아있을지 걱정이네요…!그것 말고는 고민은 없습니다! 주변지인분들 제가 군대 다녀오는 동안 건강했으면 좋겠네요!”
-지금 고등 엄마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을 가감없이 해주세요.
“음… 부담되네요! 제가 감히 얼마나 대단한 사람이라고 이렇게 인터뷰를 받는지 부담스럽고 D-school 이라는 커뮤니티에서 저의 글이 올라올 생각을 하면 부담이 더해지네요… 제가 그 부담감속에서도 가장 자신있게 말씀드릴 수 있는 이야기는 우선 모의고사 점수로 자녀에게 스트레스 주지 않기! 이건 잘 볼 때, 못 볼 때 모두 해당 되는 이야기 입니다! 모의고사로 고등학교 전교1등한다고 서울대학교 가는 것도 아니고! 국어 영역이 71점이 나온다고 대학교가 가망이 없는 것도 아닙니다! 아이가 못봤다면 아무 상관없다고 다독여주시고! 잘 봤으면 얼른 다음 모의고사는 망하기를 기도해주세요! 공부는 역시 자극이 없으면 안되더라고요! 성적은 상승세가 가장 바람직하고 상위권을 유지하는 학생은 대단한 겁니다! 지금 성적이 저조하다면 그만큼 발전가능성도 있는 것이고! 사람이 자극을 받고 각성한다면 얼마든지 발전할 수 있습니다! 이건 이 시기에 말해도 될지 모르지만 재수가 나쁜 건 아닙니다! 제 주변 친구들을 보면 재수를 했다고 손해를 보는게 전혀 없습니다! 오히려 한번에 대학들어오니 적응하고 나이도 어리니 고생할 것이 한둘이 아니더라고요 ㅜㅜ 한살 정도는 더 먹어도 불편한 것 없고 오히려 재수 생활을 하면서 더 성숙해지는 것 같습니다… ㅎㅎ 지금은 또 입시제도가 얼마나 바뀌었는지 알 수가 없어서 제가 입시제도 쪽으로는 말씀드리기가 힘드네요…
아 물론 굉장히 개인적인 견해입니다! 제 주변 친구들이 공부를 잘 하던 편이라 재수추천은 무조건 맞는지는 모르겠습니다…ㅎㅎ”
-그 모든 과정을 지나온 경험자로서 고3 그리고 고2이하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고3 친구들에게 지금 가장 해주고 싶은 말은 3월 모의고사를 보고 나서 아무 걱정도 하지 말았으면, 그리고 어떠한 자만감도 가지지 말았으면 좋겠다! 나름 신경을 써야하는 모의고사는 6월 9월 모의고사이며, (물론 이 두가지 모의고사도 결국에는 수능이 아니기 때문에 점수에 전혀 연연할 필요는 없지만) 3월모의고사는 수능과 똑 같은 환경을 몸에 익히기 위한 훈련 같은 것? 단지 그 정도로만 여겼으면 좋겠다!
수능 공부를 이제 막 시작한 고3 친구들에게 생각보다 11월에 보는 수능까지 가는 여정은 길고도 길며, 마라톤을 달린다고 생각했으면 좋겠다! 생각보다 마지막에 막판 스퍼트를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역시 단 하루의 시험점수로 모든 것이 판가름 나는 현재 교육체제에서 막판 스퍼트만큼 중요한 것이 없다. 결국 마지막에, 누가 최종적인 순간에 각성해서 시험을 잘 보냐가 중요하기 때문에 지금부터 힘을 다 쓰지 않기를 바란다!그렇다고 지금 놀아도 된다는 뜻은 아니고!
그리고 수능을 볼 때 재수를 하게 될까봐 걱정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재수 한다고 인생 망하는 것도 아니고 대학교 와서 느끼는 건데 전혀 해가 될 것도 없고, 내 인생에 1년을 공부하는데 더 쓴다고 나쁠 것이 전혀 없다. 그냥 수능을 볼 땐 다른 걱정말고 내 앞에 있는 문제에만 집중하기를 바란다!
앞으로 진행하는 여러가지 모의고사, 기회가 된다면 다른 학원에서 수능처럼 시험을 보게 해주는 프로그램이 있다면 자주 참여해서 긴장을 다스릴 줄 아는 법, 떨지 않고 내 실력을 발휘할 줄 아는 법을 훈련해보았으면 좋겠다! 파이팅!
고2 고1에겐 무슨 이야기를 해주어야 할지 잘 모르겠다. 자기 페이스 맞추면서 부족한 부분 공부하고 무엇보다 공부를 할 수 있는 동기부여를 찾기를??! 공부해!!”
-마지막으로! 나를 한마디 또는 한 문장으로 정의한다면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요?
“한 곳에 빠져들 줄 아는 사람! 그러면서 즐길 줄 아는 사람!”
댓글목록
가나초코릿님의 댓글
가나초코릿 작성일잘봤습니다.
Dyzee님의 댓글
Dyzee 작성일좋은글 감사해요.
직이맘님의 댓글
직이맘 작성일잘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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