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로, 멘토를 만나다] 글로벌 CEO - 지영석 (세계 최대 출판사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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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효수샘(서울대멘토) 댓글 2건 조회 947회 작성일 15-10-05 15:55본문
- 안녕하세요?
- 박효수 멘토입니다. 진로 관련하여 상담 및 멘토링을 하면 많은 학생/학부모님들이 멘토로 누구를 삼으면 되느냐는 질문을 많이 하십니다. 따라서 저는 시간 날 때 마자 좋은 멘토들에 대한 글을 Pop-up 형식으로 남기려고 하오니, 보시고 자녀의 진로와 맞다고 생각이 되면 자녀들과 공유해 주시기 바랍니다.
- 지영석 회장님을 처음 접하게 된 것은 수 년 전 글로벌 성공시대라는 프로그램에서였는데, 그분의 내용이 기사화 되었네요.
- 참고 바랍니다.
- 감사합니다~!
- ▲ 세계 지식산업계에 혁신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지영석 엘스비어 회장. 지난 4월 러시아 모스크바의 스콜코브 혁신센터에서 열린 스코푸스(Scopus) 젊은 과학자상 시상식에서 연설하고 있다. /엘스비어 제공
“책은 언제나 그만의 독특한 가치를 제시해왔습니다. 디지털 세계라고 해서 이런 사정은 바뀌지 않습니다. 잘 짜여지고 큐레이트된 독특한 콘텐츠에, 사용 범위를 넓혀주는 기능과 사양을 더해간다면 책은 언제나 독특한 가치와 지위를 누릴 수 있을 것입니다.”
“온라인의 지식, 정보들을 보면 잘 편집된 책 콘텐츠만큼 잘 구성된 경우는 아주 드뭅니다. 책이 광고가 붙는 무료 콘텐츠와 경쟁하는 것은 어려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고품질의 믿을 만한 콘텐츠를 원하는 사람들에게 책은 분명히 가치가 있습니다.”
“출판사는 이제 콘텐츠 회사로만 생각해서는 절대 안됩니다. 콘텐츠 창작자와 사용자를 연결시키는 역할이라고 생각해야 합니다. 창작자와 이용자 모두의 경험을 키울 수 있도록 모든 종류의 기술을 활용해야 합니다.”
“한국 출판계를 보면 몇몇 대형 출판사들이 그에 걸맞는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많은 출판사들이 단기적으로만 생각합니다. 바뀌어야 합니다. 중소 규모의 창의적인 출판사들이 대형 출판사와 함께 공존하는 풍요롭고 다양한 생태계를 허용해야 합니다.”
세계 최초 주문형 e북 서비스 회사의 공동 창업자. 랜덤하우스 아시아 초대 회장. 첫 아시아인 국제출판협회(IPA) 회장… 현재 세계 최대 출판사인 엘스비어(Elsevier)의 지영석 회장을 소개하는 글에 따라붙는 이력이다. 그가 걸어온 길은 하나 같이 출판 역사의 한 획이었다. 목하 그는 지식산업계에서 가장 주목하는 미디어&데크놀로지 혁신 리더 중 한 명으로 꼽힌다.
그가 오는 7~11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리는 서울 국제도서전에서 특별 강연한다. 대한출판문화협회가 주최하고 문화체육관광부,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한국출판문화진흥재단이 후원하는 이 행사는 올해로 21회를 맞는다. ‘출판! 광복 70년을 읽고 미래 100년을 쓰다`를 주제로 내걸었다.
지영석 엘스비어 회장은 최근 국내 방송을 통해 입지전적인 사연이 소개되면서 큰 관심을 모았다. 연중 300일 가까운 초인적인 해외 출장 중에도 틈틈이 국내 강연이나 자문 초청에 응한다. 이번 방한에 앞서 이메일로 인터뷰했다. 출판계를 비롯한 지식 콘텐츠 산업 전반에 대한 현안과 그의 남다른 이력에 대해 물어봤다.
-엘스비어는 어떤 회사이고 어떤 일을 하고 계십니까?
엘스비어는 의학 과학 기술 분야를 전문으로 하는 세계 최대 출판사입니다. 학술지 ‘랜싯(Lancet)’과 ‘셀(Cell)’을 내는 회사로 유명하지요. 전 세계 3000만명 이상의 의료인, 학생, 과학자들에게 전문 자료를 제공하는 글로벌 회사입니다.
저는 회장으로서 전 세계의 고객기관, 연구기금지원기관, 연구정책 결정자, 협회, 미디어 등 외부 관계자들을 만나고 업무를 봅니다. 또한 엘스비어 CEO와 함께 직원 역량을 개발하는 일도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세계 전역의 사람들을 만나기 위한 해외 출장이 아주 많습니다. 1년에 300일 가까이 됩니다.
-현재 가장 큰 현안이나 역점을 두는 일은 무엇입니까?
아마도 현재 우리 회사의 최우선 관심사는 전통적인 콘텐츠 발행 회사에서, 우리가 보유한 막대한 고품질의 콘텐츠와 기술적 전문성을 활용해 솔루션을 제공하는 회사로 변신해 나가는 것입니다.
이런 변화는 이미 지난 10년 동안 계속돼온 여정입니다. 그 덕분에 엘스비어는 지속적으로 가치를 더해가는 솔루션을 고객들에게 제공할 수 있는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할 수 있었습니다.
-프린스턴 대학 시절 단짝인 존 잉그람의 부친 브론슨씨(당시 출판기업 잉그람사의 회장으로 포브스 집계 세계 부호 50위 안에 든 부호) 집에 처음 저녁 초대를 받았을 때, “어떻게 그렇게 부자가 되었나?”라고 물었다지요. (브론슨씨는 한참 후에 “열심히 하면 운이 따른다”는 답했다고 한다.) 당시에는 부자가 관심사였습니까?
저는 외교관(공무원)의 자녀로 자랐습니다. 금전적인 부를 목표로 생각하지는 않았습니다. 다만 사회에 어떤 영향을 주고 싶었습니다. 잉그람씨는 대단히 성공한 기업인일 수도 있지만, 제가 그분을 존경한 것은 금전적인 성공 때문만은 아니었습니다.
그가 그런 부를 가지고 사회를 위해 아주 사려깊고 관대한 자선 사업을 하는 분이기 때문이었습니다. 저도 제가 하는 일에서 어떤 성취를 거둬 다른 사람들을 도울 수 있기를 바랐습니다. 저는 늘 세상을 더 낫게 바꾸는 저만의 방법을 찾고 싶었습니다.
- ▲ 작년 10월 일본 교토에서 열린 ‘사회 속의 과학과 기술’(STS) 포럼에 참석한 지영석 회장. /엘스비어 제공
-27세에 금융회사인 어메리칸 익스프레스 전무로 일하다가 잉그람 마이크로에 인턴 사원으로 갔다고 했습니다. 당시 연봉도 이전의 17%만 받는 조건이었다고 하더군요. 그때는 무슨 생각으로 그런 과감한 선택을 했지요?
그때 제 나이가 서른 살이 되었을 때였습니다. 당시에도 잘 커나가고 있던, 요즘으로 치면 스타트업 같은 새로운 벤처에 합류할 기회라고 생각했습니다. 정말 빠르게 (약 5년 만에 연 매출이 20억 달러에서 320억 달러로) 성장할 회사의 일원이 되어 잉그람씨의 지도를 받을 수 있는 기회야말로 저로서는 놓칠 수 없는 것이었습니다.
만약 그렇게 해서 모든 게 잘못됐다고 하더라도 큰 문제 없이 다시 시작할 수도 있을 거라는 걸 알았습니다. 왜냐하면 미국에서는 정해진 성공 이력을 그대로 따라가지 않더라도 사회적인 (실패의) 낙인이 찍히는 경우는 드물기 때문입니다.
-1997년 세계 최초 주문형 출판회사를 세웠습니다. 일찍부터 IT 기술에 밝았나요? 어떻게 변화를 미리 내다보고 앞서서 실천할 수 있었습니까?
대학 생활을 화학공학도로 시작했기 때문에 일찍부터 기술에 대해서는 두려워하지 않는 법을 배웠습니다.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은행에 있을 때도, 은행 운영 개선에 컴퓨터 기술을 적용하는 데 있어서 저는 아주 적극적이었습니다.
이런 경험들을 쌓고, 또 컴퓨터와 주변기기 유통 사업체인 잉그람 마이크로에 5년간 일을 한 후에는 기술에 대한 두려움이 전혀 없었습니다. 오히려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는 데 기술을 적용하는 것을 아주 흥미진진하게 생각했습니다.
-2001년 랜덤하우스 사장으로 있을 때 밀리언셀러 ‘다빈치 코드’를 출간했다고 했습니다. 그 책에 얽힌 기억 나는 일화가 있나요?
그 책은 2003년 랜덤하우스의 임프린트 중 한 곳인 더블데이(Doubleday)에서 출판했습니다. 엄청난 성공을 거뒀지요. 그 책이 성공하는 과정에서 제 눈에 가장 인상적인 점은 작가 댄 브라운의 겸손함이었습니다.
처음 그를 만났을 때 어찌나 소박하고 소탈한지 믿기 어려울 정도였습니다. 그의 그런 대단한 인품 때문에 저는 그가 꼭 성공했으면 하고 바랐습니다. 물론 그 책 자체가 뛰어난 창작물이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작가의 인품에 더 큰 감명을 받았습니다.
-출판이라면 전통적으로 (종이)책을 기획하고 만드는 일이었습니다. 지금은 어떻게 정의내릴 수 있을까요?
출판(publishing)이란 말은 라틴어 단어 ‘publicare’에서 왔습니다. ‘공표하다(make public)’라는 뜻입니다. 저는 그동안 출판의 역할이라는 것이 재미있는 것, 중요한 것, 지금 우리에게 관계가 있는 것, 우리 가슴을 끌어당기는 것들을 대중에게 전파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왔습니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믿습니다.
텍스트 기반에만 국한되지 않는 다양한 콘텐츠로 저자와 독자를 끌어들이는 것이야말로 변함없는 출판사의 역할일 것입니다. 출판의 유형이 종이에 찍어내는 형태이든, 다른 디지털 매체 형식으로 출판하는 것이든 마찬가지입니다.
-한 인터뷰에서 “e북이 대세가 되겠지만 종이책도 없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종이책은 어떤 형태로, 어느 정도의 비중으로 남을까요?
종이 위에 있는 콘텐츠가 무엇이냐에 달린 문제이지만, 종이 형태의 출판물이 다수로 남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또 어떤 콘텐츠의 경우에는 종이 형태는 완전히 낡은 포맷이 될 수도 있습니다. 모든 것은 콘텐츠가 어떤 유형이냐에 달렸습니다.
-업계 최초로 주문형 출판(POD·Print On Demand)을 하셨습니다. 앞으로 종이책(포켓북 종류)은 자판기로 내려받을 수도 있지 않을까요?
전적으로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편리성뿐만 아니라 동시에 경제적 가치도 생각해야 합니다.
-출판계의 디지털 혁명이라면 아마존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유통계의 절대 강자로서 출판사들과도 마찰을 많이 빚어왔습니까? 현재는 어떤 상태이고, 어떻게 보십니까?
아마존과 출판사들의 관계는 상당 부분 출판사들이 아마존에게서 무엇을 기대하느냐에 달렸기 때문에 일반화하기는 어렵다고 봅니다. 하지만 디지털 시장에 적응하는 데 느렸던 출판사들로서는, 한동안 아마존이 갖고 있는 놀라운 고객 서비스 주도권에 의존해오다가 다른 것으로 대체하기란 상당히 힘들 것입니다. 자신들이 분명한 수완과 가치를 제시하지 못하면 시장에서 자기 지위를 확보할 수 없을 것입니다.
-아마존이 킨들을 선보인 이후 e북 전용 리더가 인기를 끌다가 최근에는 스마트폰으로 생활이 집중되면서 독서도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을 활용한 인구가 늘고 있다고 합니다. 미래 독서와 관련해 e북 전용 단말기의 전망은 어떻게 보시는지요?
이 문제에 대해서는 특별한 제 의견이 없습니다. 단지 우리 시선을 붙잡기 위한 경쟁은 어떤 도구에 달린 문제는 아니라는 점만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어떤 기기가 됐든) 그런 기기에서 흘러나오는 콘텐츠에 비하면 그것은 주변적인 문제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모든 용도의 기기와 다목적 기기를 모두 도입하도록 노력해야 하지만, 지금 단계에서 출판사들에게 그것이 중요한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오늘날 출판물 이외에도 다양한 콘텐츠들이 온라인 디지털 그라운드에서 사람들의 관심과 시선을 끌기 위해 양상입니다. 여기서 책은 어떻게 해야 살아남고 번성할 수 있을까요?
책은 언제나 그만의 독특한 가치를 제시해왔습니다. 디지털 세계라고 해서 이런 사정이 변하지는 않습니다. 잘 짜여지고 큐레이트된 독특한 콘텐츠에, 사용 범위를 넓혀주는 기능과 사양을 더해간다면 책은 언제나 독특한 가치와 지위를 누릴 수 있을 것입니다.
- ▲ 2014년 1월 3일 KBS1 TV 신년 기획 ‘글로벌 리더의 선택 3편, 세계 지식산업의 리더 지영석’ 편 화면
-책 이외에도 온라인에는 지식과 정보가 넘쳐납니다. 꼭 책을 읽어야 할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온라인에 올라있는 지식, 정보들을 보면 잘 편집된 책 콘텐츠만큼 잘 구성된 경우는 아주 드뭅니다. 독자들은 득실을 따져봐서 선택을 할 것입니다. 광고주 지원을 받아 무료로 제공되는 어떤 류의 온라인 콘텐츠들과 책이 경쟁하는 데는 어려움을 겪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고품질의 믿을 만한 콘텐츠를 원하는 사람들에게는 책은 분명히 가치가 있습니다.
-지식과 정보의 양이 개인의 수용 능력을 넘어섰다는 말도 합니다. 좋은 책이 읽히려면 출판사는 어떻게 해야 하고, 소비자는 어떻게 좋은 책을 찾아 읽을 수 있을까요?
오늘날에는 그 누구도 읽고 싶은 모든 것, 읽어야 할 모든 것을 읽을 만큼 시간이 많지는 않다고 합니다. 절대적으로 옳은 말입니다. 따라서 좋은 책이란 그런 (콘텐츠 과잉) 상황에 처한 독자들의 니즈를 충족시켜주는 것입니다.
어떤 독자들에게 필요한 것은 포괄성이고, 또 다른 이들에게는 신뢰성입니다. 하지만 또 다른 사람에게는 영구성 혹은 속도에 관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독자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책을 구입할 때 추천인의 말에 귀를 기울입니다. 그런 소비 습관을 우리가 다 바꿀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한 인터뷰에서 “출판사들이 독자들이 원하는 책을 잘 만들어내지 못하는 데 문제가 있다”고 했습니다. 출판인들이 아직도 떨치지 못하거나 깨야 할 선입견이나 고정관념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창의적인 생각을 얻기란 아주 힘듭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다른 누군가의 좋은 생각을 다시 응용해 ‘짝퉁’ 책들을 펴냅니다. 앞에서도 얘기했습니다만, 우리가 독자들에게 보다 세심하게 귀를 기울이고 우수한 콘텐츠를 제공하기만 한다면, 지금 우리가 보는 것보다는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이 책으로 몰려올 것입니다.
-저널리즘도 일종의 지식정보산업입니다. 출판과 마찬가지로 변화 속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저널리즘에 대한 의견이 있습니까?
저널리즘도 비슷한 도전에 직면해 있고 대대적인 변화를 겪고 있는 중입니다. 저는 콘텐츠 포맷과 그 이면의 비즈니스 모델 양쪽 모두에 걸쳐 온갖 종류의 시험과 실험이 저널리즘 분야에서 진행되는 것들을 보면서 힘을 얻곤 합니다. 저널리즘계도 자연스러운 지속가능한 목표 지점에 도달할 것이라고 저는 확신합니다.
-출판계나 저널리즘 쪽의 여러가지 파일럿과 실험들을 늘 눈여겨보고 계신다고 하셨습니다. 혹시 그 중에서 몇 가지 사례를 말씀해주실 수 있는지요. 어떤 점에서 그런지요?
도서 출판이든 저널/뉴스 발행이든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들을 시험하고 있습니다: 유료회원제, 일부 콘텐츠의 제한적 유료화, 광고 수익 모델, 스폰서 모델, 하이브리드 모델 등. 각 실험들이 시도되고 결과들이 공유되면서 이런 발전들에 대해 아주 큰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습니다.
저는 윌가에서 사용하는 복수 모델(여러 수익 모델을 병행)을 가져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비록 더 복잡해지더라도, 이것이 미래의 다양한 고객들에게 적절히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출판과 저널리즘이 디지털 변화의 시대에 공생 번영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요?
물론 있습니다! 하지만 표면적인 협력 이상의 것이 있어야 합니다. 가끔씩 저널리즘의 적시성과 책의 깊이를 결합한 아주 뛰어난 협력 프로젝트를 보는 경우가 있습니다.
-“기술을 받아들이라. 지금 같은 변화의 시기가 무궁무진한 기회의 시기다. 경계가 사라진다”고 했습니다. 지금도 기술 변화를 공부하십니까? 현재 어떤 기술에 가장 주목하십니까?
물론 저는 늘 기술에 대해 공부합니다. 저 자신이 사용하는 법을 배우는 것은 아닙니다. 그만큼 알지도 못합니다. 하지만 엘스비어 경영인, 한 사람의 출판인으로서 우리만의 독특한 응용력을 발휘할 수 있는 기술을 가지고 누가 무엇을 하는지에 대해 매일 학습합니다.
저는 기술에 대한 두려움이 없습니다. 새로운 기술적 가능성을 출판계에 적용하는 스마트한 방식을 계속해서 찾을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엘스비어는 IT 분야 직원이 편집자보다 많다고 했습니다. 워싱턴포스트는 스스로 디지털 기업이라고 선언했습니다. 출판사도 이제는 엔지니어가 더 많아야 하는 걸까요?
꼭 그럴 것까지는 없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콘텐츠 회사로만 생각해서는 절대로 안됩니다. 콘텐츠 창작자와 사용자를 연결시키는 역할이라고 생각해야 합니다. 우리는 창작자와 이용자 모두의 경험을 키울 수 있도록 모든 종류의 기술을 활용해야 합니다.
그럼으로써 그들로 하여금 출판 산업이 기여할 수 있는 가치를 이해하고 누릴 수 있게 해야 합니다. 물론 그것은 모두가 우수한 콘텐츠의 큐레이팅/조직화/구현에 달려 있습니다만 그것을 실행에 옮기려면 기술 도구를 활용해야만 합니다.
-인공지능 기술이 무서운 속도로 발달하고 있습니다. 이제 단순한 글쓰기는 로봇이 해내고 있습니다. 로봇 작가 시대가올까요? 저술 출판 분야에서 로봇의 활용은 어디까지 와있고 어떻게 전망하시는지요?
어떤 것들은 로봇 인공지능에 의한 저술이라도 문제는 없을 겁니다. 하지만 로봇이 모든 콘텐츠에 대한 인간의 창의력을 대신하지는 못할 것입니다. 아마 비슷하게도 못할 겁니다. 인공지능의 응용력은 오리지널 콘텐츠의 창작보다는 기존 콘텐츠를 재가공하는 데 쓰는 게 낫습니다. 제 평생에는 그 정도가 예상할 수 있는 전부일 겁니다.
-한국의 경우 출판 시장이 광고나 물량 공세에 휘둘려 양질의 책이 오히려 밀려나거나 몇몇 책이 휩쓰는 쏠림 현상도 심합니다. 대중은 자극적인 저질 콘텐츠에 끌린다는 말도 합니다. 책의 품질과 다양성을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군중 심리’가 있다는 지적은 맞습니다. 다른 많은 사람들이 읽기 때문에 따라 읽는 책들이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동시에 다른 사람들이 아직 발견하지 못한 책들을 읽고 싶어합니다.
따라서 우리 출판인들은 독특한 콘텐츠에 대해 고민해야 합니다. 단지 ‘해리 포터’가 대성공을 거뒀다는 이유만으로 모두가 똑같은 청소년 판타지 장르에서 ‘제 2의 해리 포터’를 찾으려고 해서는 안 됩니다.
-랜덤하우스 아시아 창업 회장으로도 일하신 적이 있지요. 한국 출판계는 생산이나 소비 양 측면에서 디지털 혁신이 더딘 편입니다. 출판사들이 작고 영세해서 필요한 투자를 과감하게 하지 못하는 측면이 있습니다.
제가 수년 동안 강조해온 핵심을 지적하셨습니다. 우리 출판 분야를 보면 몇몇 대형 출판사들이 그에 맞는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많은 출판사들이 단기적으로만 생각합니다. 이것은 바뀌어야 합니다. 중소 규모의 창의적인 출판사들이 대형 출판사와 함께 공존하는 풍요롭고 다양한 생태계를 허용해야 합니다.
-한국 출판계에 혁신 리더십이 부재하다고 안타까워하셨습니다. 정부 차원의 개입이나 지원이 필요하다고 보시는지요? 아니면 출판계 차원에서 어떤 노력이 선행돼야 할까요? 개별 출판사들에게는 당장 어떤 조언을 하고 싶습니까?
이 문제가 정부 지원이나 개입이 필요한 일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보다 출판의 미래를 믿는 사람들에게 달린 문제이며, 출판업계 스스로가 다양한 규모와 형태의 생태계를 만들어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각 출판사는 변화를 위한 위험을 무릅쓰는 것을 걱정하고 있습니다. 왜냐 하면 그것은 위험하고 적잖은 자본이 필요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그 결과 다른 콘텐츠 산업에 비해 출판업계의 구조를 더 취약하게 유지시키는 결과만 가져오고 있습니다.
한국 출판사들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국외자인 제가 감히 훈수하는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고, 그래서도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출판업계가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다 자본 집중적인 투자를 할 필요가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지 회장님에 대해 알고 있는 많은 것은 성공 이후의 모습입니다. 좌절을 느낀 적이 있나요? 가장 힘든 시기는 언제였습니까? 어떻게 극복하셨나요?
사람들이 제 인생에서 주목할 만하다고 꼽는 성공보다 두 배쯤의 실패를 겪었습니다. 하지만, 제가 종종 이야기하듯이, 실패에서 뭔가를 배울 수만 있다면 그 어떤 것도 실패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도전을 한 후에 실패했다고 해서 좌절감을 느껴본 적이 없습니다.
오히려 제 인생에서 가장 힘든 시기는 육체적인 상태가 좋지 않았을 때이거나(가령 아팠거나 다쳤을 때 말입니다) 개인적인 문제(친구나 선생님 , 동료들 등)가 있었을 때였던 것 같습니다.
-중학생 시절, 아버지가 미국으로 혼자 유학을 보내면서 한 학기 등록금만 주셨다고 했습니다. 원래 독립심이 강했습니까?
저는 3형제 중 막내였습니다. 아마도 형님과 누님의 경험이 제게도 은연 중에 전수되어 대담하게 행동할 수 있는 자신감을 키워주지 않았나 싶습니다. 특히 형님이 제게는 중요한 롤 모델이었습니다.
-국민학교 4, 5, 6학년과 중학교 1학년 시절만 한국에서 보냈다고 하셨습니다. 그런데도 한국어가 유창하더군요. 어떻게 유지할 수 있었습니까? TV에 방영된 가족 모습을 보면 두 따님은 영어로 이야기를 하더군요. 요즘 교포나 조기유학생들이 많습니다만, 한국어 교육에 대해서는 어떤 입장이십니까?
저의 한국어 능력은 두 가지 면에서 평가할 수 있습니다: 말하기와 쓰기입니다. 한글 실력의 경우 문법적으로는 맞지만 세련되지는 않았습니다. 한국말은 꽤 합니다. 하지만 어휘력에 한계가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사람들에게 제 한국어 실력이 중학교 3학년이나 고등학교 1학년 수준이라고 말합니다. 제 딸들은 한국에 살아도 될 정도로 한국어를 어느 정도는 구사할 수 있고 한국 TV의 드라마와 뉴스를 이해합니다. 하지만 공개석상에서 말하는 것은 꺼립니다. 혹시라도 실수를 할까봐서입니다.
- ▲ 2014년 1월 3일 KBS1 TV 신년 기획 ‘글로벌 리더의 선택 3편, 세계 지식산업의 리더 지영석’ 편 화면. 왼쪽은 둘째 딸.
자랄 때 주말 한국어 학교에 다녔습니다. 테네시 내슈빌에 있는 한글학교도 다녔는데 이 학교는 저와 아내, 그곳 일부 주민들이 함께 설립했습니다. 우리 딸들과 같은 차세대 한국계 미국인이 정말 많습니다. 이들에게도 한국어를 배울 기회를 줘야 합니다.
하지만 강요를 해서는 안됩니다. 우리 역할은 이들에게 기회를 주고, 한국어를 아는 것이 우리 유산을 제대로 이해하는 데 있어서 얼마나 득이 되는지 설명하는 것입니다.
-대학 때는 화공학과로 입학했다가 경제학 전공으로 졸업했습니다. 지금은 출판 전문 경영인입니다. 일찌기 책을 좋아하거나 특별한 관심이 있었습니까?
어렸을 때 남달리 책을 많이 읽은 편은 아니었습니다만 위인 전기, 역사, 과학, 창의력에 관한 책 같은 논픽션들을 특히 좋아했습니다.
-방송 인터뷰에서 “나는 받을 자격이 없는 사람인데 너무나 많이 받았다. 이제 내가 줄 차례다”라고 하셨습니다. 혹시 종교가 있습니까? 이기주의와 개인주의가 판치는 것 같은 사회에 그런 베푸는 마음은 어떻게 해서 생긴 것입니까?
저는 개신교 기독교인입니다. 하지만 다른 종교에 대해서도 아주 깊은 존경심을 갖고 있습니다. 저는 평생 동안 가족과 건강, 친구, 기회 들을 비롯해 너무나 많은 것을 받았습니다. 그것들을 저 혼자만 갖고 있을 수는 없습니다.
그것들은 제가 잠시 누릴 수 있도록 주어졌지만 다른 사람들도 누릴 수 있도록 전달이 되어야 합니다. 릴레이와 같은 거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부모님과 가족 친구들이 이기심 없는 태도로 사는 것을 봐왔습니다. 그것이 제가 인생을 살아가는 자연스러운 방법임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됐습니다.
-지금도 전 세계에 멘티가 300명 정도 된다고 들었습니다. 어떤 식으로 관계를 유지하지요?
현대 커뮤니케이션 기술이 있으니 충분히 가능한 일입니다. 서로 대면하는 기회 말고도 폰, 문자 메시지, 동영상 대화 같은 것들을 적절히 활용합니다.
-업종을 바꿔 건널 때마다 사람이 다리였다고 했습니다. 지금도 좋은 사람 있으면 기꺼이 다리를 건넌다고 했습니다. 어떤 사람이 좋은 사람입니까? 그것은 어떻게 알 수 있습니까?
좋은 다리가 되는 사람은 세상을 바꾸고 싶어하고 그럴 수 있으며, 그 과정에서 저를 중요한 구성요소로 보는 사람입니다! 누군가가 당신에게 기꺼이 운을 걸어볼 의향이 있을 때는 당신도 당연히 그런 사람 곁에 있고 싶은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늘 표정이 밝은 것 같습니다. 최근에 특히 기분이 좋았거나 보람을 느낀 성취가 있다면 무엇입니까?
저의 멘티 중 한 사람이 하기 어렵다고 생각했던 목표를 이루는 것을 볼 때마다 어마어마한 행복감을 느낍니다. 그들과 긍정적인 정신 자세(PMA, Positive Mental Attitude)를 나누는 것이 저의 기쁨의 원천입니다.
-평생 곁에 두고 보는 책이나 가장 소중히 간직하고 계신 책이 있습니까?
몇 권 있습니다. 하지만 대중에게 공개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양해해주셨으면 합니다.
-좋아하는 저자가 있습니까?
앞서 말씀 드린 것처럼, 소설보다는 논픽션을 훨씬 더 많이 읽고, 전기물이 가장 좋아하는 장르입니다. 자서전을 쓴 작가들 중에 좋아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월터 아이작슨(Walter Isaacson)이나 스캇 버그(Scott Berg) 같은 전기작가도 좋아합니다.
-지금이나 최근에 읽은 책 중에 꼭 권하거나 선물하고 싶은 책이 있습니까?
최근에 누군가가 허허당의 ’당신이 좋아요 있는 그대로’(RHK)를 선물해 줬습니다. 이 책에서 지혜로운 구절을 꽤 많이 발견했습니다. 그리고 프린스턴대 출판부에서 낸 앤드류 호지스의 ‘앨런 튜링: 에니그마’(동아시아)를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아주 알찬 책입니다. 세상을 바꾼 사람에 관해 얘기하고 있습니다.
-인물 전기를 즐겨 읽으신다고 했습니다. 혹시 자서전을 계획하고 계십니까? 읽기 외에 쓰기도 하시는 편인가요?
자서전을 낼 계획은 전혀 없습니다. 많은 분들이 제게 쓰라고는 했지만. 그런 책이 재미있을 것라고 생각하지도 않습니다. 이런 인터뷰들을 독자들이 쉽게 접할 수 있는 데다가, 세상에 제가 기여한 것이 책 한 권 분량을 채울 수 있을 만큼 가치가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글을 쓰는 것과 그렇게 쓴 것을 강연을 통해 전하는 것을 저는 즐깁니다.
-몇 시 일어나고 잠드는지요? 연 출장일이 300일쯤 된다고 들었습니다. 초인적인 일과 속에서 건강 관리는 어떻게 하십니까? 하루 바쁜 일과 중에 꼭 빼놓지 않는 습관적인 일(ritual)이 있습니까?
가급적 자정과 오전 4시 사이에는 잠에 들려고 합니다. 그리고 짬이 날 때마다 몇 시간씩 더 잡니다. 모자라는 잠은 비행기 안에서 보충합니다. 인터넷 연결이나 간섭도 없이 아주 조용한 시간을 누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매일 호텔 방에서 일상적으로 하는 운동이나 멀티비타민을 복용하는 것 외에도 헬스나 수영, 골프, 테니스, 스키 등, 1년에 약 200회는 운동을 하려고 노력합니다.
최근에는 한국에 사는 한 친구가 비타민을 소개해줘서, 식단의 보조식품으로 아주 조심해서 매일 한 알씩 복용하고 있습니다. 또 하나, 건강을 유지하는 데 아주 중요한 리추얼이라면 저와 가족들이 세계 어디에 있더라도 서로 이야기를 나누는 것입니다.
-인생의 절반을 ‘배울 수 있는 곳’을 찾아 선택했다고 했습니다. 더 배우고 싶은 것이 있습니까?
저는 배울 게 너무 많고, 지금은 아는 게 너무 적습니다. 저는 제가 아는 것만으로도 행복합니다만, 배우게 싶은 게 너무 많습니다. 그리고 배워야 할 것들도 많습니다. 역사도 더 배우고 싶고, 예술과 음악, 휴먼 스토리, 기술도 더 많이 배우고 싶습니다. 그밖에도 많습니다. 욕심 많은 사람이라고 생각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지만 많은 것을 알고 싶어하고 이를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지금 현재 모습이 어릴 때 자신이 그리던 모습입니까? 더 도전하고 싶은 큰 목표나 꿈이 있습니까?
저는 늘 무언가에 대한 열망이 있었습니다. 글로벌 시민이 되는 것, 큰 조직을 이끄는 것, 내가 접하는 것들에 변화를 주는 것, 이 모든 것들을 하는 데 있어서, 내가 아끼고 또 나를 아껴주는 가족과 친구들과의 관계에서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었습니다.
이런 열망 위에서야 비로소 지금의 내가 있게 됐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엄밀하게 내가 사는 곳이라든가 직업적인 일, 친구들 같은 것은 제가 젊은 시절에 상상했던 것과는 같지 않습니다. 하지만 세부적인 것이 제 과거 꿈들과 일관되는지 여부가 그렇게 중요할까요? 저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정말 중요한 것은 제가 과거에 상상했던 기본틀이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삶과 일관되는지 여부입니다. 그 점에 관한 한 저는 언제까지나 감사할 따름입니다.
-이번에 서울국제도서전 특강에서는 어떤 메시지를 전하실 생각이십니까?
저의 PMA(긍정적 정신 자세)를 모두와 나누고 싶습니다. 저는 정말이지 한국이야말로 자신이 어떤 사람이며 무엇을 하고, 사회가 어떻게 유지돼야 하는지에 대해 깊은 관심을 쏟는 재능있는 사람들이 놀랄 만큼 많은 나라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는 그런 분들과 창의적인 희망의 메시지를 나누고 싶습니다. 대단히 감사합니다.
◆지영석
현재 엘스비어 회장이자 모회사인 RELX 그룹의 대외 정책 이사와 아시아 지역 사업 전략 이사를 맡고 있다. 아시아인 최초로 국제출판협회(IPA) 회장을 맡아 지난해 4년 임기를 마쳤으며 현재 전임 회장으로 2년 임기를 수행하고 있다.
과거 잉그램 북 그룹의 최고운영책임자(COO) 시절 최초로 주문형 출판(POD) 배급사이자 e-북 서비스 회사인 라이트닝 소스를 공동 설립했다. 잉그램 북 그룹의 모회사에서 여러 고위 임원직을 지낸 후, 랜덤하우스 사장 겸 COO, 랜덤하우스 아시아 초대 회장을 차례로 역임했다.
미국출판협회, 국제과학기술의학출판협회의 집행위원회 위원을 비롯, 프린스턴대, 한인커뮤니티재단, 맥카터(McCarter) 극단 등 다양한 자선, 교육, 산업 관련 위원회에서도 활동하고 있다.
댓글목록
랄라이님의 댓글
랄라이 작성일저도 이 분 신문에 나온 것 관심있게 읽었던 기억이 나네요. 자랑스러운 한국인이시죠.
아자자님의 댓글
아자자 작성일좋은정보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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