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프런티어] 자유로운 수학적 사고의 출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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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수학프런티어 댓글 0건 조회 261회 작성일 19-02-14 12:59본문
수학적 개념과 논리를 구분하는 것은
자유로운 수학적 사고의 출발점입니다!
문제는 많이 풀지만 유형이 조금만 바뀌어도 문제를 못풀거나 개념 공부는 많이 하지만 수학 성적이 잘 안 나오는 학생들이 있습니다.
우리 주위를 조금만 둘러보면 이런 학생들이 상당히 많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데요, 중요한 점은 이런 학생들도 수학 공부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여 공부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즉 노력하지 않아서 성적이 나쁜 게 아니라는 점입니다.
제가 주로 강의하는 지역은 목동의 중심가였기 때문에 이런 학생들을 만날 기회가 많았습니다. 그래서 그 이유가 뭘까 고민하기 시작한 것은 오래된 일입니다. 그러나 그 정확한 이유를 이해하는 것은 저에게도 매우 어려웠습니다. 저는 이유를 알기 위해 상당히 많이 노력했고 그 노력의 결과로 지금은 상당할 정도로 이 현상의 본질에 대해 이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또 본질에 대한 이해는 단순한 이해로 끝나지 않고 이 현상을 통제할 수 있는 상당한 정도의 수단들도 갖추게 되었습니다. 이 글은 그동안 이런 저의 고민과 노력 끝에 도달한 깨달음과 통찰로 쓴 글로 다소 좀 어려울 수 있지만 정독해 주신다면 학생은 자신의 수학적 운명을 바꿀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리라 믿습니다.
한국에서 성경 다음으로 많이 팔린 책이라는 수학의 정석에는 이런 말이 나옵니다.
"중학교와 고등학교에서 수학을 가르치고 배우는 목적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 말할 수 있다.
첫째, 수학은 논리적 사고력을 길러준다. "사람은 생각하는 동물"이라고 할 때 그 `생각한다`는 것은 논리적 사고를 이르는 말일 것이다. 우리는 학문의 연구나 문화적 행위에서, 그리고 개인적 또는 사회적인 여러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서 논리적 사고 없이는 어느 하나도 이루어 낼 수가 없는데, 그 논리적 사고력을 기르는 데는 수학이 으뜸가는 학문인 것이다. 초등학교와 중 고등학교 12년간 수학을 배웠지만 실생활에 쓸모가 없다고 믿는 사람들은, 비록 공식이나 해법은 잊어버렸을 망정 수학 학습에서 얻어진 논리적 사고력은 그대로 남아서, 부지불식 중에 추리와 판단의 발판이 되어 일생을 좌우하고 있다는 사실을 미처 깨닫지 못하는 사람들이다.
둘째, 수학은 모든 학문의 기초가 된다는 것이다.(중략)" -- 수학의 정석 머리말 1966년 8월 31일 홍성대
첫 단추가 잘못 끼워지면 나머지 단추도 모두 잘못 끼워질 수밖에 없다고 합니다. 수학 학습도 첫 단추가 잘못 끼워질 때 실패와 오류가 반복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이 머리말은 수학 학습과 논리적 능력의 관계에 대한 잘못된 명제를 표현하고 있습니다. 수학 공부가 정말로 논리적 사고력을 길러줄까요? 다시 말해 학생들이 수학 공부를 열심히 하면 정말로 논리적 사고를 하게 되는 것일까요? 이 머리말이 쓰여진 해가 1966년인데 그때 이후로 우리나라 수학 교육은 정말로 학생들의 논리적 사고를 길러줬을까요? 오히려 반대가 사실이 아닐까요?
주위를 조금만 둘러봐도 수학 공부를 열심히 하는 것만큼 논리적 사고를 하는 학생을 발견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반면 논리적인 아이들이 수학도 잘하는 것은 흔히 볼 수가 있습니다. 만약 수학 공부를 하는 것에 의해 논리적 능력들이 바로 향상되는 것이라면 왜 이렇게 우리 사회에는 수학 공부는 열심히 하면서도 비논리적인 사고를 하는 학생들이 많은 것일까요?
수학의 정석 저자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닙니다. 국내에서도 수학 학습과 논리적 사고의 관계에 대해 이와 유사한 논거를 제시하는 학자들도 꽤 있습니다. 저도 고등학교 때 정석을 공부했던 세대로서 오랜 세월 동안 수학 학습이 논리적 사고를 길러준다는 믿음에 지배당했습니다. 하지만 실제 현장에서 이런 믿음에 근거한 교수법이 계속해서 배신당하는 경험을 자주 반복하였습니다. 문제의 원인이 뭘까 오랫동안 고민하였고 문제의 원인은 수학적 사물에 적용되는 수학적 개념과 그 수학적 개념에 적용되는 논리를 구분하지 않고 혼동하는 데서 비롯되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피타고라스 정리는 삼각형의 한 각이 직각일 때 빗변 길이의 제곱이 다른 두 변 길이 제곱들의 합이 같아진다는 주장을 담고 있습니다.
기호로 표현하면(의 대변 길이를 나타낸다.)
인데 각이 90도라는 개념과 빗변 길이의 제곱이 두 변 길이 제곱들의 합이라는 개념이 함축(implication)이라는 논리적 관계로 합성되어 다소 복잡한 개념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이때 기호
가 표현하는 개념, 즉 각의 크기가 직각이라는 개념이 수학적 사물에 적용되는지 아닌지 결정하기 위해서는 수학적 사물을 관찰해야 합니다.
마찬가지로 기호
가 표현하고 있는 개념, 즉 빗변 길이의 제곱이 두 변 길이 제곱들의 합과 같다는 개념이 똑같은 수학적 사물에 적용되고 있는지 아닌지 결정하기 위해서는 다시 수학적 사물을 관찰해야 합니다.
그런데 각의 크기가 직각일 때 빗변 길이의 제곱이 다른 두 변 길이 제곱들의 합과 같아진다는 논리적 관계는 수학적 사물을 관찰하는 방법으로는 결정할 수가 없습니다. 서로 다른 두 수학적 개념 사이에 성립하는 논리적 관계는 수학적 사물에 관해 주장하고 있는 서술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언뜻 생각해봐도 피타고라스 정리를 삼각형에 적용하는 방식으로는 피타고라스 정리가 성립하기 충분하지 않다는 것을 금방 알아차릴 수 있습니다. 삼각형은 무수히 많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여기서 우리가 더욱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는 점은 논리적 관계가 주장하는 그 논의 대상은 개념인데, 그 논의 대상을 수학적 사물로 하는 개념과는 정당화하는 방식이 다르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수학에서는 정리 속 수학적 개념들 사이의 논리적 관계가 성립하는지 아닌지를 결정하기 위해서 증명을 합니다. 일반적으로 증명은 수학의 정리가 성립하는지 아닌지를 결정하는 유일한 방법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증명 없이 수학의 정리를 받아들이는 것은 눈을 찔러서 장님이 되어 손발을 더듬는 방식으로 물건을 보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 정리의 증명은 논리를 적용하여 구성합니다. 바로 여기에 수학 학습의 진정한 난점이 존재하는 것입니다. 논리를 모르면 정리의 증명을 구성할 수가 없는데, 정리의 증명을 구성할 수 없으면 정리가 정당화되는 이유를 알 수가 없으며 문제 해결에 맞게 기존의 정리를 변형하거나 새로운 정리를 구성하는 일체의 활동을 할 수가 없습니다.
수학적 개념은 수학적 사물에 대한 반성으로 생겨납니다. 수학적 사물을 관찰하여 공통의 속성이나 관계를 서술하여 지식으로 얻어낸 것이 수학적 개념입니다. 그래서 수학적 개념을 이해하는 가장 좋은 길은 수학적 사물을 관찰하는 것입니다. 이에 반해 수학적 개념과 수학적 개념을 이어주는 논리는 수학적 개념을 관찰하여 서술한 지식이기 때문에 수학적 개념을 반성하면서 생겨납니다. 수학적 개념과 논리는 서로 얽혀 있기는 하지만 그 대상이 서로 다른 유형의 지식이기 때문에 수학적 개념과 논리는 다소 다른 학습 활동을 통해 얻어질 수 있다는 점을 이해하는 것이 수학 학습에서 매우 중요합니다.
그래서 문제를 많이 푸는 것만으로는 수학적 사고가 향상되지 않는 것입니다. 문제에 적용하여 수학적 개념의 타당성을 확인하는 것과 하나의 수학적 개념에서 출발하여 다른 수학적 개념을 논리적으로 추론하는 것은 상당히 별개의 능력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수학적 개념에 논리를 적용하여 다른 수학적 개념을 끌어내는 능력이야말로 수학적 사고의 본질을 구성하고 있다는 것은 명백합니다.
수학의 정석 1966년 머리말에서 저자는 수학적 개념과 논리가 다른 유형의 지식이라는 사실을 충분히 의식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수학적 개념을 익히는 활동을 통해 논리적 사고가 자동으로 형성되리라고 낙관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학습적 낙관은 단순히 수학의 정석에만 국한된 문제는 아닙니다. 90년대에 개념원리라는 책이 출판되었는데, 수학의 정석으로 대변되는 수학 참고서 시장과는 다르게 문제 유형을 기준으로 수학 참고서를 편집하는 새로운 형식을 도입하여 출판 시장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습니다. 이후 SSEN이나 개념유형들의 책들이 나왔는데, 개념원리의 편집 형식이 그 모델이었음은 두말할 필요가 없습니다. 많은 분들이 수학의 정식이 개념 설명이 풍부하고 개념원리나 SSEN은 문제 유형으로 충실한 책으로 서로 구분되는 수학 참고서로 인식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둘 다 수학적 개념에 치중하여 수학을 설명하고 있는 책들이라는 점에서 서로의 차이점은 많지 않습니다. 단지 한 쪽은 개념 설명에 치중하고 있다고 하면 다른 쪽은 문제에 대한 개념 적용에 치중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는 것입니다.
우리나라 학생들이 수학 학습이 문제 유형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었던 것입니다. 왜 우리나라 수학 교육은 논리적 사고를 연마할 수 있는 교육 과정을 내부적으로 갖지 못하게 되었을까 하는 의문이 생깁니다. 여러 가지 가능성이 있습니다. 아무래도 오지 선다형의 객관식 평가로 되어 있는 입시 제도의 영향을 무시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또 무사안일과 복지부동에 젖어 계속 반복되는 공적 수학 교육의 오류도 그 원인 중에 하나일 것입니다. 하지만 이 중에서 가장 큰 원인은 수학이라는 지식 체계가 우리나라의 내재적 지식 체계가 아니었고 따라서 서구에서 지식 체계를 가져오면서 수학의 상부 구조 중심으로 가져오는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그래서 서구에서 수학의 상부 구조를 형성하는 토대가 되었던 수학의 하부 구조는 생략된 상태에서 수학의 상부 구조가 우리나라로 들어왔고 그 과정에서 논리가 우리나라 수학 교육에서 배제된 것이 아닌가 하는 짐작을 해보게 됩니다. 하지만 지금 우리나라의 경제 규모에 비추어 볼 때 더 이상 논리적 기초를 등한시하는 수학 학습은 시대의 요청에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이제 우리의 수학 학습도 이러한 시대적 요청에 맞게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요?
그러면 도대체 수학 공부에 필요한 논리는 어떻게 배울 수 있는지 궁금하실 겁니다. 이 주제는 내용이 길기 때문에 오늘 글은 여기서 마무리 하고 다음 글에서 기약하는 것으로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19년 2월 14일 수학프런티어 원장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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