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프런티어] 선행학습의 리플리 효과 어떻게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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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수학프런티어 댓글 0건 조회 804회 작성일 22-12-30 16:35본문
선행학습의 리플리 효과 어떻게 할 것인가?
원래 저는 2005년부터 목동 앞 단지에서 고1을 시작으로 고등부만 올해까지 18년간 강의를 해 온 강사입니다. 보통 최저학년으로 중3을 받아 고3까지 수업을 진행하다 3년 전부터는 저의 시간표 일부를 쪼개서 처음에는 중1 다음 해는 초6, 올해 8월에는 초5까지 내려와서 수업을 진행해봤습니다.
고3들 수능 준비한 후 예비고1을 모집하는 과정에서 주변에 선행학습이 너무 빨라 다닐 학원이 없다는 예비중1을 상대로 수업을 시작한 것이었는데, 이후 초등학교 고학년 학부모님들로부터 상담이 쇄도하는 바람에 결국 목동에서 진행되는 선행학습의 모든 모습을 관측하는 기회를 얻게 되었습니다.
선행학습이 대한민국에서 가장 빠른 동네인 목동에서 강의하면서도 그동안 선행학습이 무엇인지 잘 몰랐습니다. 제가 받던 학생들은 모두 선행학습이 종료된 후 본격적인 고등 학습을 위해 입학하는 학생들이었으니까요. 오랫동안 목동에서 고등 수학을 강의하면서 최근 느꼈던 점은 선행은 갈수록 빨라지는데, 학생들은 예전보다 수학을 잘하지 못한다는 모순적인 느낌이었습니다. 그 이유가 무엇인지 이제야 분명하게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제가 과거에 고등 강의하면서 항상 부딪혔던 고민들의 이유도 한꺼번에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선행학습 문제의 본질은 불완전 학습에 있다.
아래 문제를 한번 생각해봅시다.
“아이는 6학년인데 수학을 좋아해서 수학상하가 끝났습니다. 선생님이 고등수학 전문이 아니라서 고등수학을 전문적으로 가르쳐줄 선생님을 찾고 있습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제가 받은 학부모 상담입니다. 이 학생은 실제 저희 학원에 와서 수학상하 모두 시험을 봤는데, 전국 기준으로 2등급이 나왔습니다. 이 학생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대부분 학부모님들은 수학1을 나가야 한다고 대답합니다. 대부분이 이렇게 대답하게 되는 이유를 생각해보면 초6인데, 고1 2등급이면 굉장히 수학을 잘하는 학생이라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런 학부모님들의 생각은 틀린 생각입니다. 왜냐하면 수학1을 배우지 않은 학생의 고1등급이 2등급이라면 명문대에 진학하기에는 부족한 실력이고 따라서 수학상하가 1등급 이상 가능하다면 만점이 나올 수 있도록 다시 공부하는 것이 훨씬 좋은 선택입니다. 고등 수상하가 만점 가까이 나오면 연고대 이상 갈 가능성이 매우 높지만, 2등급을 그대로 유지한 상태에서는 10대 대학 안에 들어가는 것도 매우 어렵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제가 이렇게 학부모님들을 설득해도 저에게 동의하는 학부모님은 거의 없었습니다. 왜일까요?
그 이유는 아이의 학년이 초등학교 6학년이기 때문입니다. 만약 예비고1 학생의 등급이 2등급이었다면 이제 고1이 얼마 안 남았기 때문에 불완전하게 진행된 학습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제안이 아이에게나 부모에게나 설득력을 지닙니다. 하지만 아이의 학년이 초등학교 6학년 일 때는 시간이 많다는 이유로 학습의 완성도를 높이는 이러한 제안을 많은 학부모님들이 거부했습니다.
일반적으로 아이의 수학 학습 학년이 빠르면 빠를수록 선행학습에 의해 초래되는 이와 같은 불완전 학습은 학부모에 의해 더욱 조장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것은 단순히 경향이 아니라 법칙처럼 광범위하게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과거의 글에서 밝힌 적이 있지만 일반적으로 수학을 매우 잘하는 학생에게도 자기 학년보다 2년 이상 앞서서 수학 공부를 하는 것은 매우 어렵습니다. 이와 같은 경험적 관찰은 올해 초5 학생들을 상대로 수업을 하면서도 똑같이 관찰할 수 있었습니다.
아이들은 성인이 아니고, 아직 자라나는 과정에 있기에 학습의 완성도는 신체적인 발달에 크게 의존하고 있습니다. 아이의 두뇌가 추상적 개념을 논리적으로 수용하려면 사춘기에 근접해야 함이 틀림이 없습니다. 따라서 미발달된 두뇌로는 복잡한 수학 개념을 정교하게 이해하고 체계적으로 연결하는 것은 매우 어렵습니다.
아이의 여러 가지 이유로, 아직은 뇌의 신경 회로가 본격적인 수학 공부를 하기에는 준비가 덜 되어 있거나 수학을 사람에게서 효과적으로 배우기에는 인격적으로 미숙하기에 높은 완성도의 학습을 기대하는 것은 매우 비현실적인 상상입니다.
단언컨대 자기 학년으로부터 2년 이상 초과하여 수학 학습을 완성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이런 저의 결론은 수능에서 400점 만점에 398점을 얻은 제자, 서울대를 진학했던 많은 제자들, 육군사관학교 수석 입학했던 제자 그리고 신목중 전과목 전교 1등으로 졸업한 제자 등을 통해 얻어낸 경험적 결론입니다. 20년 넘게 수학 강의를 직업으로 해왔지만 2년 이상 선행 수업을 해서 성공적인 결실을 맺은 적이 단 한 번도 없습니다.
수학 학습의 리플리 증후군
리플리 증후군이라는 용어가 있습니다. 안 좋은 말이라서 선행학습의 문제점을 비유할 수 있는 적절한 낱말을 아무리 고민해봐도 이 낱말보다 적절한 낱말을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리플리는 원래 패트리샤 하이 스미스의 재능 있는 리플리란 소설에서 유래한 말로 허구적 세계를 사실로 믿고 거짓된 말과 행동을 반복하는 인격 장애를 뜻합니다.
목동 앞단지에서는 수학 학습에서 리플리 증후군을 경험하는 학생들이 정말로 매우 많습니다. 수학을 조금 잘하거나 잘하는 것이 아니라 조숙한 학생에게 “영재”란 호칭을 수여하여 아이의 인격을 독선적이고 교만하게 바꾸는 그런 종류의 교육이 너무 많습니다.
올해 초5 학생을 상대로 강의를 개강하자, 초4 학부모님들로부터 많은 상담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매우 놀라운 것은 이들 중 거의 30%가 자기 학년보다 4년 이상 빨랐습니다. 즉 앞단지 아이들은 2년 이상 빠른 아이들은 70% 이상을 육박하는 거 같습니다.
제가 직접 가르쳐 서울대까지 진학시켜 본 학생들이 자기 학년보다 대략 2년 정도 빨랐는데, 요즘 상담받은 앞 단지 초4 아이들은 2년 이상 빠른 비율이 70%이니까 이 학생들은 모두 서울대를 진학하는 것일까요?
대체 왜 이러는 것일까요?
과거에도 목동 앞단지는 수학 선행학습의 속도가 대한민국에서 매우 빠른 동네로 소문이 나 있었습니다. 선행 속도만큼은 대치동보다 빠른 곳이 바로 목동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과거의 목동보다 지금의 목동이 훨씬 더 속도가 빠릅니다. 과거 목동에서 초6 학생들 중에 고등수학을 공부하는 학생들은 정말로 드물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초6인데, 고등수학을 하는 아이들을 우리 주변에서 심심치 않게 보고 있습니다.
제가 선행학습에 문제 의식을 느껴 글을 쓰기 시작한 것이 3년 전인데, 당시만 하더라도 대부분 중1 때 고등수학 입문하는 학생들이 다수였습니다. 지금은 초6 때 고등수학 입문하는 학생들이 중1 때 입문하는 학생들보다 더욱 많아졌습니다. 그리고 이 학생들 중에는 정말로 자기 실력에 맞는 학년의 학습을 하는 학생들은 단언컨대 없습니다.
그런데도 날이 갈수록 이렇게 상황이 악화되는 데에는 여러 이유가 있습니다. 일단 이 문제는 자꾸 아이를 기준으로 수학 학습을 바라보기 때문에 생기는 문제입니다. 모든 학습은 학습자를 기준으로 평가하기에 자기 학년에 따라 학년 수학의 성취도를 평가합니다.
앞에서 예로 들었던 초등학교 6학년 학생을 생각해보면 이해하기 쉽습니다. 만약 고1 수학 2등급을 맞은 학생이 중3이거나 고1이면 당연히 완성도를 높여 성적을 올릴 수가 있습니다. 하지만 초등학교 6학년 학생이라면 완성도를 높여 성적을 올리는 것은 매우 어렵습니다. 왜냐하면 학부모는 여전히 아이에게 시간이 많이 남아 있다고 생각하기에 완성도를 높이는 학습에는 투자하려 하지 않으려 하기 때문입니다.
아이의 학년에서 학년의 수학을 공부할 때는 학습을 주관화하는 것은 매우 어렵습니다. 하지만 아이의 학년에 앞서 3년 4년 앞서 나가는 수학 공부를 할 때는 아이의 수학 학습은 철저히 주관화됩니다. 학부모가 불완전 학습을 인지하더라도 아직 시간적 여유가 있기때문에 불필요한 학습을 선택할 수 밖에 없습니다.
이런 학부모님들의 학습 상대주의에 가세하여 학생을 모집하기 위해 해마다 수학 학습의 학년을 의도적으로 높이는 학원들의 문제 또한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해야 하나?
첫째는 학년으로 아이의 실력을 판단하려고 하는 부모님의 인식을 전환해야 합니다. 실제 대부분 선행학습은 상위 학년의 수학 문제집 중심으로 진행하는 문제 암기형 수업입니다. 고1 때 해도 되는 시험 공부를 초등학생 상대로 시험 공부를 시키는 방식의 수업니다. 따라서 공부할 때만 잠깐 기억했다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나면 다 잊어버리는 학습입니다. 시간이 흐르고 나면 아이의 기억에는 그냥 상위 학년의 수학을 공부해 봤다는 막연한 느낌만 남게 됩니다. 따라서 선행 학습을 하고 있다면 아이의 학습 학년을 낮출 필요가 있습니다. 2년 이상 초과했다면 잘못된 선행학습을 하고 있는 것이 틀림없기에 아이의 학습 학년을 반드시 낮춰야 합니다.
둘째는 아이의 수학 기본기를 길러줄 수 있는 교육을 해주셔야 합니다. 연습장에 수학 기호를 사용하여 풀이 과정을 논리적으로 서술하기 어려워하는 아이들이 갈수록 많아지고 있습니다. 사회의 변화로 인해 전자 기기에 노출되는 경험들이 많아지면서 생겨난 현상인데, 여기에 선행 학습까지 가세하면서 논리적 서술과 논리적 사고를 어려워하는 아이들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연습장에 차곡 차곡 문제의 풀이와 답을 논리적으로 서술하는 능력부터 틀린 문제 오답하는 방법 등 기본적인 수학적 활동이 몸에 스며들 수 있도록 충분히 연습시켜 주세요.
셋째는 아이의 실력을 측정하기 위해 사용하는 시험지는 비교 가능한 것을 사용하세요. 대부분 학원들이 선행학습을 유지하기 위해 수업 내용의 질을 의도적으로 떨어뜨리는 동시에 측정 시험의 난이도를 같이 떨어뜨리고 있습니다. 따라서 현재 학원가의 상황에서는 학원 내 상대적인 위치 관계로는 아이의 실력을 객관적으로 측정하는 것이 불가능합니다. 따라서 학교나 교육청에서 실시한 시험지로 아이의 실력을 측정해보는 것이 보다 정확합니다.
넷째는 아이가 수학에 흥미를 가질 수 있도록 문제 암기보다는 개념과 법칙 그리고 역사적 맥락과 사회적 맥락 중심으로 수학을 교육시켜 주세요. 선행학습이 항상 실패하는 이유가 빠르게 문제집 학년을 올리는 것에 집중하다 보니, 문제 풀이의 전제인 개념적 이해와 가설적 사고를 생략하거나 약화 시키기 때문입니다. 문제를 풀려면 그 문제를 포괄한 가설 체계가 학생의 두뇌 속에 존재해야 하는데, 많은 학생이 개념적 이해와 가설 체계를 확립하기도 전에 문제를 풀고 있습니다. 따라서 아이들은 문제를 파편적으로 외울 수밖에 없고 결국 그렇게 익혀진 수학 지식은 머리 속에 남지 않고 사라지게 됩니다. 따라서 개념적 이해와 가설적 사고, 역사적 맥락을 통해 수학적 지식이 머리속 장기 기억으로 남도록 교육의 방향을 바꾸어야 합니다.
2022년 11월 17일 (목) 수학프런티어 원장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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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목 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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